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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글로벌 외환시장은 매일 수조 달러 규모의 자금이 움직이는 거대한 금융 생태계다. 이러한 시장에서 거래의 신뢰성과 안정성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거래 상대방이 결제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발생하는 외환결제리스크(Foreign Exchange Settlement Risk) 는 금융시스템 전체를 위협할 수 있다.
이러한 리스크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제도가 바로 외환동시결제(Payment Versus Payment, PVP) 시스템이다. 본 글에서는 PVP의 개념, Herstatt 리스크의 역사적 배경, CLS은행의 역할, 그리고 PVP가 글로벌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단계별로 살펴본다.
1. 외환동시결제(PVP)의 개념과 필요성
(1).외환동시결제란 무엇인가?
외환동시결제(PVP, Payment Versus Payment) 는 외환거래에서 두 통화의 결제가 반드시 동시에 이루어지도록 보장하는 시스템이다.
즉, 한 통화의 결제가 완료되지 않으면 상대 통화 결제도 실행되지 않기 때문에, 한쪽이 먼저 송금했는데 상대방이 결제를 이행하지 못하는 위험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이 시스템은 단순한 기술적 장치가 아니라, 외환시장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국제금융 인프라의 핵심 기둥이다.
(2).외환결제리스크의 발생 배경
외환결제리스크는 외환거래의 특성상 서로 다른 시간대(Time Zone)와 금융시스템에서 결제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발생한다.
예를 들어, 서울의 은행이 뉴욕의 은행과 거래할 경우, 한국에서는 오전에 원화 결제가 완료되지만, 미국에서는 달러 결제가 몇 시간 뒤에 진행된다.
이 시간 차이 동안 거래 상대방이 파산하면 이미 송금한 자금을 돌려받을 수 없다.이러한 위험은 1974년 독일의 Herstatt 은행 파산 사건(Herstatt Risk) 을 계기로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게 되었으며, 그 결과 PVP의 필요성이 부각되었다.
2. Herstatt 리스크: 외환결제리스크의 경고음
(1).Herstatt 은행 사건의 교훈
1974년 독일의 Herstatt Bank 는 외환거래 중 영업정지 명령을 받았다. 당시 독일 마르크 결제는 이미 완료된 상태였지만, 뉴욕에서는 아직 달러 결제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결국 거래 상대방은 자신이 보낸 마르크를 회수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글로벌 외환결제 시스템에 큰 혼란이 발생했다.이 사건은 외환결제의 시간차(Time Lag) 와 상대방 신용위험(Counterparty Risk) 이 결합될 때 어떤 시스템적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2).Herstatt 리스크의 국제적 영향
Herstatt 사건 이후, 국제결제은행(BIS)은 외환결제리스크를 방지하기 위한 대안을 모색했다.
그 결과 2002년, 글로벌 금융기관이 협력하여 CLS은행(Continuous Linked Settlement Bank) 을 설립했고, 이 은행을 통해 PVP 방식의 실시간 외환결제가 가능해졌다.Herstatt 리스크는 단순한 은행의 부도 사건을 넘어, 국제금융 시스템이 얼마나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지를 보여주었으며, 이후 모든 주요 외환결제 인프라의 설계 원칙에 PVP 원리가 반영되게 되었다.

3. CLS은행(Continuous Linked Settlement Bank)과 PVP의 실제 운영 구조
(1).CLS은행의 설립과 역할
CLS은행은 외환결제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2002년 국제결제은행(BIS)의 주도로 설립된 글로벌 결제기관이다.
전 세계 주요 중앙은행들이 공동으로 참여하며, 외환거래의 결제가 동시에 이루어지도록(PVP 방식) 설계되어 있다.CLS은행의 핵심 목표는 Herstatt 리스크를 제거하고, 외환시장의 결제 안전성과 효율성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2).PVP의 운영 메커니즘
CLS은행은 다음과 같은 구조로 PVP 결제를 수행한다.
- 거래 쌍방은 CLS은행에 외환거래 정보를 사전 등록한다.
- CLS은행은 각국 중앙은행의 결제시스템과 연결하여, 양 당사자의 자금이 모두 준비된 상태에서만 결제를 승인한다.
- 두 통화의 결제는 동시에(Real-Time Gross Settlement 방식) 이루어져, 한쪽 결제만 이뤄지는 일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방식으로 외환결제리스크가 제거될 뿐 아니라, 결제 효율성, 유동성 관리, 국제 신뢰도가 모두 향상된다.
현재 CLS은행은 미국 달러, 유로, 엔, 파운드, 원화 등 18개 주요 통화를 대상으로 결제를 수행하며, 전 세계 외환결제의 50% 이상을 처리하고 있다.
4. 외환동시결제(PVP)의 의의와 향후 발전 방향
(1).PVP의 금융안정 효과
PVP 시스템의 도입은 외환결제리스크를 실질적으로 줄이고, 금융시장 전반의 시스템 리스크(Systemic Risk) 를 완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특히 글로벌 위기 상황에서도 외환결제의 안정성이 유지되므로, 금융기관 간 신뢰를 강화하고 외환시장 변동성을 완화한다.또한 PVP 시스템은 중앙은행의 지급결제정책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으며, 금융안정정책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
(2).향후 과제와 개선 방향
PVP 시스템의 효과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과제도 존재한다.
- 참여 통화 확대: 현재 CLS은행이 지원하지 않는 신흥국 통화의 결제 리스크가 여전히 존재한다.
- 시스템 연동 강화: 각국 중앙은행 결제시스템과 CLS 간의 연결을 더욱 고도화해야 한다.
- 디지털화 및 기술 혁신: 블록체인 기반 결제기술과의 연계를 통해 실시간성 및 투명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경우 원화(KRW) 가 CLS 결제대상 통화로 포함되면서, 외환결제리스크 관리 수준이 국제적 기준에 한층 더 가까워졌다.
결론: PVP는 금융시스템 안정의 기반
외환동시결제(PVP) 는 단순한 기술 시스템이 아니라, 국제 금융안정의 핵심 안전장치다.
Herstatt 리스크의 교훈을 바탕으로 구축된 PVP 시스템은 외환거래의 신뢰성을 보장하며, CLS은행과 같은 글로벌 인프라를 통해 실질적인 위험 완화 효과를 제공한다.앞으로 외환시장 규모가 더욱 커지고 거래 속도가 빨라질수록, PVP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금융기관과 중앙은행은 PVP 결제 비중을 확대하고, 시스템 연동을 강화함으로써 안정적이고 투명한 글로벌 외환시장을 구축해야 한다.
정리 요약
- 외환동시결제(PVP) 는 외환거래의 양 통화 결제가 동시에 이루어지도록 보장하는 시스템으로, 외환결제리스크를 제거한다.
- Herstatt 리스크 사건이 계기가 되어 CLS은행 을 중심으로 PVP 기반 국제결제시스템이 구축되었다.
- PVP는 국제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강화하고, 외환시장 리스크 관리의 핵심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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